■ 준공건축물부문 심사평

이범재 / 단국대학교 교수(심사위원장)
김광욱 / (주)동양 종합건축사사무소대표이사
김상식 / (주)금성 종합건축사사무소대표이사
민선주 / 연세대학교 교수
이기범 / (주)도시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이영수 / 홍익대학교 교수
정진국 / 한양대학교 교수

심사평

올해로 벌써 14회째를 맞는 한국건축문화대상은 건축부문에 있어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제도이며, 한국건축문화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출품된 작품 수는 비주거 부문 64작품 그리고 주거부문 24작품 등 총 88작품이며, 심사방법은 예년과 같이 비주거와 주거부분으로 이원화하여 시상하되 비주거와 주거부문의 작품수를 고려하여 우선 입선 이상의 작품 가능성이 있는 작품을 선정하고 선정된 작품을 현장 답사하여 그 중 최종적으로 입상작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심사기준은 작품성과 창의성 및 친환경적 구현과 공공성 그리고 건축 관계자들의 열의와 시대적 소명감 등을 고려하여 전원의 동의를 얻어 그 심사기준과 방법을 정하였다. 그 결과 사진 및 도면 자료 심사(이하 자료심사)를 거쳐 비주거부문 20작품, 주거 부문 9작품 등 총 29개 작품을 현장 심사대상작으로 결정하였다. 다만 주거부문에 있어 출품작이 적은 관계로 숫자적으로 비주거 부문에 비해 심사 대상작이 적었음을 밝힌다. 그리고 또한 일정상 가능한 범위에서 주거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2개의 작품을 추가 방문하기로 합의하였다.
자료심사에 의한 예비심사였기 때문에 선정 대상 작품 모두 현장을 방문하여 평가하기로 하고 지난 8월 11일 12일, 17일 18일 그리고 8월 20일 등 닷새간에 걸친 현장방문을 하였다. 현장 선정대상작품 모두 매우 우수한 작품들이고 설계에서부터 시공까지 많은 고충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 졌으며,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나라 건축문화를 위하여 노고를 아끼지 않은 건축사와 시공자, 그리고 이러한 환경을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한 건축주들의 높은 열의와 노고에 감탄하였다.
최종 심사에는 심사위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현장방문의 결과를 가지고 그야말로 진지한 토론과 논의를 거쳤으며, 그 결과 일부 작품은 자료심사와 현장 방문과의 시각 차이에 의해 특선작에서 제외하기로 하고 대상을 비롯한 수상작을 선정하였다.
이번 건축문화대상은 지난번과는 다르게 수상제도와 수상작품수의 변화가 있었는데, 비주거 및 주거부문의 각 부문에 각각 대상1점씩 2점(대통령상), 본상1점씩(국무총리상) 2점, 우수상 각 2점씩(건설교통부장관상) 4점을 선정하게 되었다. 특선으로는 15점이 선정되었다. 이는 예년과 달리 수여되는 포상의 범위가 확대됨과 동시에 또한 수상의 품격이 격상된 것이다. 선정된 특선이상의 작품들이 전국 모든 지역에 걸쳐 분포되어 있어서 답사에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으나, 오히려 1차 자료심사에서 탈락한 작품들도 시간의 제약으로 현장 답사를 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 측면도 있었음을 심사위원 모두가 인정하였다.
다만 주거부문의 작품들의 출품수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수상작을 선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으며, 주거부문도 공동주거와 단독주거의 작품이 그 규모나 작품의 질적인 평가에서 격차가 많았던 것으로 논의가 되어 앞으로 공동주거부문과 단독부문의 구분 또는 공동주거부문을 독자적으로 분리하거나 하는 등의 발전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있었다는 것을 밝혀두는 바이다.
대상을 수상한 타워팰리스Ⅲ와 달성군청사는 다른 작품들보다 건축적인 개념과 창조적 의지가 강렬하였으며, 시공과 건설의 품질도 우수하고 이를 의욕적으로 수용한 건축주의 높은 안목을 심사위원 전원은 이의 없이 동의하고 수긍하였다.
심사위원 모두가 한해의 가장 우수한 작품을 선정한다는 자부심과 의무감으로 닷새에 걸친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심사에 동참했다는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긍지를 느낀다. 앞으로 한국건축문화대상이 해가 갈수록 더욱 발전하고 높은 수준의 작품들이 출품되어 한국건축계의 밝은 미래가 도래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심사위원장>

●타워팰리스Ⅲ(주거부문 대상)

90년 말부터 진행되어 온 주거와 초고층건축과의 결합은 우리 주거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초기의 여러 주거복합 아파트들이 다양한 실험을 하였고, 그 중에서도 타워팰리스Ⅲ는 도심형 고급 주거 복합의 전형을 제시하였다.
금속성 재질의 경쾌한 외피와 요철이 가지는 독창적인 조형성은 거대한 매스가 가지는 무거움을 상쇄하고 기능과 미를 동시에 추구하였다. 단지배치, 외부공간과 자연적인 요소를 도입한 조경, 그리고 내부평면은 유기적인 형태를 추구하였고, 탑상형의 단위주거평면도 판상형 아파트에서 보기 힘든 다이내믹한 공간구성을 이루고 있다.
전체적으로 주거복합이 태생적으로 가지는 상업시설의 개방성과 주거시설의 폐쇄성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으려 했던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정리되고 세련된 외부와 내부 공간, 명쾌한 동선 처리, 다양한 주민편의시설, 초고층구조기술, 건축 음향적 고려 등은 건물의 건축적 가치뿐만 아니라 상업적 가치도 더욱 높이고 있다.
건축계획 시 타워 팰리스 단지(Ⅰ,Ⅱ,Ⅲ) 전체를 연결하여 주민간의 커뮤니티 형성을 적극적으로 유도하지 못한 점, 아파트 출입구로 연결되는 진입보도의 협소함으로 인한 개방감의 결여 등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지만 브릿지를 통해 양재천변과의 연계성을 강화하여 주변 환경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것은 훌륭한 시도로 보인다.

●달성군청사(비주거부문 대상)

대구시의 남서 방향에 위치한 달성군은 도시 중심으로 진입하는 관문이자 도시 성장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것은 달성군이 최근 대구시에 편입되면서 새롭게 대두된 지리적 사회적 조건이며 행정관료 및 주민들의 인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달성군청사는 따라서 이러한 입지와 취지의 이해를 바탕으로 건축적 구체성을 가져야 했다. 실현된 청사는 멀리 혹은 가까이에서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산자락을 따라 전개되는 선형 건물이다.
말하자면 프로그램은 크게 행정 및 사무 관련 공간과 문화 및 집회 공간으로 구분되지만 하나로 연결된다. 건물의 하부는 금계산 기슭의 경사지가 가지는 지면의 고저 차에 적극적으로 순응하며, 반면 건물의 상부는 장대한 규모를 가지면서 주변에 둘러진 산의 형상에 흡수된다. 건물로 인한 자연과의 단절을 철저하게 거부하고, 오히려 자연과 인간의 교감의 폭을 넓히고자한 의도가 실현된 것이다.
구조와 형태와의 상응성이나 색채의 선택은 다소 어색하지만, 시각적 투명성과 건물의 내부와 외부에서 고려된 광선 처리는 공간을 유쾌하고 친근하게 만들어 건물의 질적 수준을 한층 높인다.

본상(本賞) 수상작품에 대한 심사평

●대치동 동부 센트레빌(주거부문 본상)

남부 순환로와 선릉로가 만나는 교통의 요지에 위치하고 있는 이 단지는 타워 형과 판상 형이 결합된 새로운 아파트의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남북을 관통하는 단지 주 보행 축을 따라 진입광장, 분수광장 및 수 공간, 중앙광장 그리고 벽천 마당으로 이어지는 흐름과 머무름이 반복되는 외부공간은 다양하고 변화 있는 환경을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대지가 남북으로 최고 12m 고저차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대지의 레벨차를 이용하여 데크식 주차장을 지하에 설치하여 지상에 차량도로를 배제하고, 단지 광장을 관통하는 보행로를 중심으로 7개 동의 타워형을 배치하여 단지 개방감을 최대한 확보함으로써 마치 공원 속의 아파트처럼 보행자가 중심이 되는 단지계획은 이 단지의 가장 강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항시 문제가 되고 있는 1층을 피로티로 계획하여 주민용 시설을 배치함으로써 전세대가 지상을 공유할 수 있도록 계획함과 동시에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치동 동부 센트레빌은 기존 아파트 단지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단지 내부에 최대한 자연을 유입시켜 매우 건강한 환경을 창출하고 있는 좋은 사례라고 보여진다.

●배재대학교 예술관(비주거부문 본상)

국제교류관과 함께 계획 시공된 건축물로 배재대학교의 앞서가는 건축문화에 대한 의욕이 먼저 높이 평가되어야할 것이다. 이러한 학교의 문화 수준과 걸 맞는 작품으로서 일반적인 교육 공간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역동적인 공간 구성이 돋보인다. 상부 층으로 연결되는 자유로운 램프와 넓게 트인 필로티, 필로티 하부 밝은 타일 모자이크 마감의 오브제와 함께, 자유로운 리듬의 입면은 건축과 미술, 공예학과가 공존하는 공간으로서 절제와 유연함과 조화를 잘 표출하고 있다. 동시에 열린 내부 공간의 다양함이 창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여 미래 조형문화의 주역들을 배출해내는 현장으로서 본보기가 되어야할 것이다.

우수상(優秀賞) 수상작품에 대한 심사평

●A House With Three Courts(주거부문 우수상)

서초구 반포동의 전형적인 도심 주거 블록의 모서리에 위치한 이 주택은 작가의 제목처럼 3개의 정원(중정)을 갖는 전통가옥의 평면을 활용한 배치개념을 갖고 있다. 내부공간이 3개의 중정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각 실마다 2면의 개구부 설치로 실내공간으로 많은 빛을 유입할 수 있도록 계획되었으며, 오후 직사광선의 차단 및 실내공간과 외부조경의 긴밀한 연계를 통하여 이 주택이 갖고 있는 서향에 면한 단점을 최대한 보완하려는 의도가 돋보인다. 이러한 서향 빛과 대지 건너편 건물과의 시선 차단을 위하여 의도된 것으로 보이는 경사진 대지의 조경계획은 너무 많은 것을 채우려고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매우 부유한 환경의 주택이기 때문에 시공성과 내부 인테리어는 매우 우수하며 내부공간과의 교류는 원활하게 하면서 외부로의 노출은 최소화하여 각 실이 면하는 방향은 선택사항이 되도록 하고 있다. 크고 작은 3개의 중정을 통하여 구성되는 공간의 중첩과 풍경의 변화가 매우 돋보이는 작품이다.

●수입 777(주거부문 우수상)

설계자 본인의 주택인 이 건물은 너무나 경치가 좋은 북한강변에 면한 주변경관의 수려한 대지조건만으로도 건축적 요소가 충분할 만큼 전형적인 전원의 풍치를 느낄 수 있는 우수한 경관을 가지고 있다. 건축가 본인의 주택이기 때문에 아마도 세밀한 공간까지 손이 간 느낌이 들 정도로 모든 요소 하나하나가 세심한 배려가 들어 있다. 통상적인 1층의 거실을 탈피하여 사진 작업 및 벽난로가 있는 홈 오피스를 배치하고, 2층에는 부엌과 거실 그리고 3층에 사적공간인 안방과 손님방이 위치한다. 특히 영화에 남다른 취미를 가지고 있는 작가의 취미공간을 위한 영화 관람용 공간이라든가 또한 유난히 개를 좋아하기 때문에 주택 주변을 온통 채우고 있는 개집은 이 집주인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매우 단순한 박스 형태를 취하고 있으면서도 매스를 둘로 나누고 그 사이공간을 열어두어 전체 건물을 관통하는 열린 공간을 만들고 곳곳에 조망과 시선에 따라 다양한 크기의 창을 계획하여 공간적으로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도록 배려된 주택이다. 작가의 개념대로 상, 하, 안, 밖, 전, 후 간의 공간적 소통은 자연과의 소통, 풍경간의 소통, 사람간의 소통을 이루고 있다.

●보헌빌딩(비주거부문 우수상)

한옥 지구와 경복궁, 창덕궁 등, 역사가 축적된 건물이 밀집되어 있는 장소에 위치한 보헌빌딩은 전통과 현대와의 사이에서 야기되는 갈등과 고민, 또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여실히 드러낸다. 주변의 경관 문맥에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해 재료와 색채는 신중하게 고려되었고, 공간 조직 역시 전통 건축에서 관찰되는 중정 형식을 취하여 이중의 공간적 두께로 표현되었다. 이러한 조치는 유연한 동선과 함께 공공의 도시 속에서 침묵의 사적 공간으로 이끌기에 충분하다.

●옥계휴게소(비주거부문 우수상)

한반도에서 산과 바다가 곧바로 만나는 곳에 옥계휴게소는 동해의 유명 해수욕장 중의 하나인 만상해수욕장을 굽어보는 곳에 자리 잡았다. 천혜의 자연 경관이 펼쳐진 이러한 장소에 인공적 구조물의 건설을 하기가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지형에 따라 다소 꺾여 있지만 수평으로 길게 늘어선 옥계휴게소의 건축 형태는 밖(진입 공간), 안(건물 내부), 밖(앞마당)의 연속적 공간 분절을 경험하게 해준다. 여기서 건축은 어디서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적 장치이다.

특선작품들에 대한 심사평

●배재대학교 국제교류관

예술관에 버금가는 역동적이고 조형적인 공간으로 배재대학교를 방문하는 국제교류 학자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 질 작품이다. 시원하게 확장되는 로비에서 거대한 높이와 화려한 색조의 기둥들은 진취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그 공간 위를 브리지로 가로지르는 공간 경험과 함께 상부에서 외부로 나가 만나는 옥상 정원, 단차를 통한 옥상정원과 캠퍼스 후면부와의 직접 연계, 다시 옥상정원으로부터 건물 전면으로 이어지는 외부 직선계단을 통해 파격적으로 공간을 가로지르는 계획이 인상 깊다. 단지 아이아크의 여러 작품들을 통해 시도되는 건축화된 정원이 유지관리 측면을 고려하여 계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쌈지길

오랜 시간동안 실험적인 작품들에서만 언급되어왔던 입체화된 골목을 실물로 만나게 되어서 반갑기 그지없다. 맨하탄의 구겐하임이 칸딘스키와 함께 던져주었던 신선함을 인사동의 쌈지길이 젊은 작가들과 함께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쌈지길은 단순한 하나의 건물로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전통적 도시 조직을 입체적으로 재해석한 건축공간과 인사동 걷고 싶은 가로 프로젝트와 우리 젊은 미술계를 꾸준히 후원해왔던 (주)쌈지 기획력의 조화로운 결과로 재조명해 보아야할 것이다. 인사동 길의 사고석, 쌈지길의 전 벽돌, 경사로에 줄지어있는 쌈지의 작가들 이러한 많은 작은 조각들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어질 우리 전통문화의 하나의 해를 만나는 것이 즐겁다.

●국민연금 부산회관

둥근 원통형의 공간은 도시와 건축이 상호 그 의미를 교환하는 장소로서의 역할을 하며 그 공간을 통하여 외부의 모든 것이 내부의 모든 것과 서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대지의 코너부분에 위치하고 있는 공공의 장소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곳을 통하여 내부의 모든 것은 외부에 수렴한다. 각층의 평면은 간결한 결정체인 것같이 정제되어있고, 그 정제된 공간들은 극히 기능적일 것으로 보여 진다. 기능적이지 못하고 전체적으로 엉성한 구성을 하고 있는 다른 건축물에 대하여 철저한 프로 정신이 통하는 작품으로 보여진다.

●삼성미술관 리움

한남동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리움은 우리에게 새로운 미술관 관람의 유형을 제시하고 있는 3사람의 유명 외국건축가와 삼우설계가 공동작업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렘 쿨하스의 어린이 교육을 위한 공간과 쟝 누벨의 현대미술관 그리고 마리오 보타의 고 미술관 건물은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면서도 부지에 잘 적응하고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한남동 문화복합단지라고 일컬어질 만큼 약 12년 동안 여러 우여곡절 끝에 현재 위치에 세워진 건물이고, 각 건물 하나하나가 우수한 건물이란 점은 누구도 의심할 수 없을 것이다. 국제적인 비즈니스 명소로 조성할 계획을 가진 문화복합단지라는 말에 걸맞게 건축주의 기업 메세나적인 문화 마인드가 세 거장의 건축가들의 힘에 의해 완성하게 되었다는 점이 우리 건축계에 하나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비록 운영에 대한 반감과 엘리트 지향주의 적이라는 반론도 있지만 일반적인 전리품을 나열하는 미술관의 이미지를 다채롭고 매력적인 장소로 변화시켜 공간의 다원적 가능성을 모색했다고 하는 점은 매우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국제전시장(KINTEX)

동북아 경제 및 산업의 신 개척지로서의 야심찬 국제전시장으로 기능하고자 하는 한국국제전시장은 다섯 개 전시홀이 나열되어 그 전체 길이가 삼백 미터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 전시 공간이다. 각종 편의 시설 및 서비스 프로그램은 전시 홀에 반복적으로 배치되어 효율성을 높인다. 그리고 유리와 철을 주요 건축 재료로 선택해서 거대한 덩어리 모양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쾌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SK T- 타워

을지로 입구에 세워진 에스케이 타워는 도심의 표정을 재고하게 만드는 능력을 발휘한다. 위로 올라가면서 점점 두께가 얇아지며 살짝 꺾인 건축 형태는 조형적 측면에서 독특성으로 부각되며, 이와 함께 건물 전체를 덮는 유리 외피는 시선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현관을 들어서면 야외 전시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사방이 적극적으로 개방되었고, 이동통신 사업의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고려된 것으로 보이는 전광판이 여러 가지 형식으로 내부와 외부에 적절히 배치되어 시각적 즐거움을 더한다.

●SK Telecom 대전사옥

현대적인 자재를 사용하여 전반적으로는 기술적 완벽성과 인간적 친근성을 조화롭게 표현하기 위한 작업의 결과가 바로 이 건축이라고 하겠다. 유리의 매끄러운 표면에서 느껴지는 단아함과 세련성이 있는가하면, 테라스 등에서 목재로 마감한 바닥 등은 인간적인 느낌과 감촉을 가질 수 있게 하였다. 그동안 기술의 발전에서의 건축이 가지게 된 정적인 장점과 인간이 항상 추구하여야 하는 인간적 크기와의 배려를 가지는 좋은 건축이라는 의미와 함께, 저층부의 간결한 로비공간 처리들이 뛰어났던 작품이다.

●W 서울 워커힐

도심에서 벗어난 한강변에 도시적 Facade로 하이테크 한 이미지는 새로운 유형의 근교 호텔로서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한강과 아차산 사이에 자연적 지형과 대지의 고저차를 이해하고, 지하층의 경우 자연채광과 조망을 극대화시키고, 어느 위치에서나 자연의 조망을 내부공간으로 관입시키려고 한 노력이 보인다. 야간의 조명은 또 다른 형상의 Facade를 연출하는 창의성이 보이며, 개구부의 심플한 Canopy는 명쾌한 인상을 준다. 외관에서는 기존 건물인 쉐라톤 워커힐 호텔의 건축적 Image와 강한 대비감(contrast)을 갖고 있으나, 좀 독선적인 것 같다. 내부에서는 새로운 개념으로 계단식 로비라운지라든가 어두운 검은 색조를 쓴 엘리베이터 내부라든가 남녀공용의 화장실, 새로운 Trend를 시도한 객실의 과감한 원색 대비 등은 상대적 생동감을 경험하게 하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모새골 성서연구소

양평의 깊숙한 골짜기에 위치한 이 연구소는 그 대지의 선정이 중요하였으리라고 상상이 되듯이 적당한 환경에 자리 잡고 있다. 전체가 노출콘크리트를 사용하여 단아하고 검소한 건축물로서의 의미를 배가하고 있고, 특히 조그마하지만 인간적 척도에 알맞은 크기의 예배당은 사람들로 하여금 경건한 느낌을 가질 수 있게 하였다. 식당과 숙소동에는 적절한 유리창과 공간이 어우러져 있어서, 단아한 공간과 적당히 어우러진 정적이 이곳의 장소성과 건축의 조화를 가지고 있는 훌륭한 건축이라고 보겠다.

●한샘 DBEW 디자인 센터

기존 고옥(古屋)과 창덕궁 돌담을 좌우로 잘 정돈된 배치는 주 진입 공간이 내부공간과 같은 아늑함을 느끼게 한다. 현대적인 디자인센터의 기능과 강요된 역사문화미관 지구의 전통양식의 외형으로 인한 부조화를 비교적 잘 소화한 작품으로 전통건축을 계승 발전시키려는 설계자와 건축주의 열정이 돋보인다. 본 건물의 상층부분은 점진적으로 후퇴시켜 주변 환경에 순응하게 하고 휴먼스케일에 맞는 친근감과 계단을 오르며 매 층마다 색다른 조망과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비교적 큰 공간이 요구되는 교육 및 연구 전시시설의 외벽을 전부 유리거울로 처리하여 유리면에 투영되는 고옥(古屋)과 돌담과 솟을대문 등을 또 다른 하나의 조형물로 느끼게 하는 설계자의 의도로 보이나 수직 동선과 휴게홀 부분의 완성된 전통양식의 형태와 업무공간 외부의 흰색 Frame으로 된 반사되는 유리면이 서로 이질적인 형상으로 부각되어 투영되는 영상의 효과가 반감되는 것 같다.

●남양 알로에 에코넷 센터

젊은 건축가의 열정과 의외로 차분하고 밀도 있는 결과물의 조화 또는 대조가 아름답다. 더불어 참신한 열의를 믿고 설계를 맡긴 남양 알로에의 건강한 기업정신이 건축물과 함께 드러나는 작품이다. 벽돌의 차분함과 깔끔한 디테일, 이웃 공원과의 친근한 연계, 단순하면서도 획일적이지 않은 내부공간과 함께 기분 좋은 옥상 정원 및 계단식 소공연장이 모두 인상 깊다. 과한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곳곳에서 적절하게 대처한 디자인의 절제됨을 눈여겨보고자 한다.

●임마누엘교회+교육관

일반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신개발 지역의 무질서한 환경에서 조용히 교회라는 성스러운 공간을 연출하기 위해 매우 절제된 매스와 질감을 가지고 있는 건물이다. 임마누엘 교회는 대지 조건 상 도로에 의해 양분된 2개의 매스 즉, 교회와 교육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재료인 벽돌이라는 재질감에 의해 친근감을 주면서도 차분히 대지에 자리 잡고 있는 교회는 전면의 입면구성을 압도하는 상층부에 위치한 대예배실로 가기 위한 계단이 매우 인상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물론 주차장을 해결하기 위하여 대부분의 1층을 비웠기도 하고 구조적인 해결을 위함일 수도 있지만 대 예배실을 최상층에 배치함으로써 대 공간에 이르기까지의 전이 공간 역할을 하면서도 절제된 입면에 강한 사선을 제공하며 강한 입구 성을 드러내는 계단은 교회의 이미지를 강하게 하면서 더욱 성스러움을 상승시키는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최상층의 대 예배실은 구조적으로도 15m 장 스팬을 사용하여 무주공간을 형성함으로써 한층 더 열린 교회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저층부의 솔리드 한 벽돌의 매스와는 다른 비록 반투명이지만 샌드 블라스터 유리를 사용하여 내부공간에 충만한 빛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저녁에는 반투명한 대공간이 외부로 빛을 발함으로써 부유하는 매스의 이미지를 갖도록 계획된 점은 교회의 새로운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구미동 빌라

마치 입체 퍼즐을 접하는 듯 한 새로운 주거 디자인의 결정체라고 하겠다. 최근 주택들에서 방과 정원이 평면적인 퍼즐을 형성하는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면, 구미동 빌라는 삼차원 퍼즐 유형을 대표한다. 주차와 주거 유닛, 자연이 서로 구분되어 정렬된 이전의 집합주거의 틀을 완전히 벗어 던지고, 한 주거 유닛마다 정원과 데크, 주차 공간이 결합되고, 그 개개의 단위가 복합적으로 조합된 입체적인 조직이 새롭다. 처음 접근하는 이에게는 쉽게 파악이 안 되는 공간으로 다가오지만 층을 거치면서 겪게 되는 그 공간 구조의 반복성이 흥미로우며, 거주자에게는 개개의 영역이 완벽하게 정립되고 타 세대와 분리되는 특성을 가진다. 기존의 틀을 깨는 주거 유형들이 제시될 미래를 향한 첫 걸음을 내디디는 작품으로서 의미가 깊다.

●자하재

파주 단지에 있는 이 집은 건축주 2세대가 사는 주거공간인데, 두개의 주거공간이 서로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가며 살아가는 것인지를 고민한 것같이 보인다. 자그마한 공간과 공간이 서로 엇물리면서도, 서로의 독립적 성격과 서로의 공통을 이루어가는 것이 어려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건축가는 이 두개의 단위를 아주 절묘하게 얽혀지게 하였다. 노출콘크리트가 주는 솔직함과 질감의 소박함으로서 이러한 기능적 연결은 마당과 건축물간의 대화로 승화되었고, 어디서든지 감지되는 조그마한 조경의 공간은 하나의 공간에 또 하나의 공간이 서로 연이어 있음으로서 주거의 풍부함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혜로헌(慧路軒)

광주에 위치한 이 주거는 건축가와 건축주의 의견이 비교적 잘 조화를 이룬 건축으로 보여진다. 전체적으로 두 덩어리의 구분이 보이고, 이 구분은 대체적으로는 생활의 구분이 된다. 한쪽은 자녀들의 공간이며, 또 다른 한쪽은 주인내외의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두개의 공간이 상당한 독립적 성격을 가지면서도, 중간부분에 소나무라든지, 조경이라든지, 테라스와 같은 매개요소를 설치 배열함으로서, 두개의 영역이 또한 하나의 의미를 가지게끔 하였다. 이 건축물의 곳곳에 나타나는 예기치 못한 공간들의 유희는 이 건축물만이 지닌 또 하나의 지적 만족감과 아울러, 공간의 다양함과 즐거움을 제공하여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나 방문하는 사람들이나 다 함께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다.